‘사고’가 있었던 날 이후로 서담은 일주일 넘게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세하는 침대맡에 서서 시체처럼 창백한 서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흐으, 아…….” 핏기없는 입술이 달싹거릴 때마다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귀를 가까이 가져대야만 흐릿하게 들릴 만큼 작은 소리였다. 할 수 있는 검사란 검사는 다 했지만 서담이 깨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찾을 순 없...
“작가님!” 초조하게 밖을 기웃거리던 정복순이 이세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정복순의 결혼식이었으니 거의 일 년 만이었다. 잘 지내는지 화사한 미소에서 행복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세하는 구김 없는 얼굴을 보고 한 사람을 떠올렸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정복순의 옆에서 당당하게 미소 짓던 여자. 정복순의 아내는 오 년 넘게 정복순을...
뾰족한 바늘이 차갑게 번뜩였다. 이세하는 제법 능숙한 손길로 유리병에 담긴 약을 주사기로 옮겨 담았다. 시커먼 눈금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차올랐다. 이세하는 주사기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축 늘어뜨리고 있는 서담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희고 마른 팔뚝엔 울긋불긋한 주사 자국이 가득했다. 가라앉은 시선으로 엉망이 된 피부를 살피다가 멍이 들지 않은 ...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처럼 흐린 겨울밤이었다. 서담은 시린 손끝을 말아쥐며 묵묵히 골목길을 걸어갔다. 저 멀리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느리던 발걸음이 더욱 더뎌졌다. 서담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손목에 찬 시계를 흘낏 내려다보았다. 여섯 시 십 분.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느지막이 출발한 탓에 이미 지각이었다. 서담은 영 내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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